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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4개국 | 1일차 후기. 노르웨이, 오슬로

러봄* 2024. 7. 3. 13:51

 

오슬로


 

 

어릴 때부터 약간의 판타지가 있었던 북유럽을, 죽기 전보다는 조금 더 빨리 가보고 싶어서 9박 1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내 판타지는 

 

윈터홀릭 - 예스24

잊을 수 없을 거야, 그해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짙푸른 밤하늘을 휘감는 오로라, 순백의 설원을 가르는 개썰매, 눈 덮인 자작나무 숲. 여행사진가이자 여행칼럼니스트로서 십여 년 간 전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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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시작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작가분이 온갖 비수기의 풍파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가 선택한 일정은 5월 말~6월 초로 여행하기 꽤 좋은 시기였다(애초에 여행사에서 극비수기에는 일정을 열지 않는 듯했다). 겨울 나라의 겨울 맛을 보진 못했지만, 아쉬우면 또 오면 그만이겠지 하는 마음.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때는 여유로운 일정이라고 마킹된 상품을 주로 선택한다. 단체 여행에 너무 여유가 없으면 불운할 확률이 올라간다고 본다. (식사나 숙소 사진은 관심밖이라 찍지 않았고 딱히 리뷰할 가치가 없었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헬싱키를 경유해서 오슬로에 도착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직항이 사라졌고, hell 러시아의 전시 상황으로 인해 항로가 북극...을 지나는 루트로 변경되어 운영하고 있었다. 비행시간만 14시간+알파(헬싱키-오슬로)였다. 깊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핀에어 항공을 간단히 리뷰하면 확실히 좌석 공간이 넓고 기내식은 기대(가 너무 바닥이긴 했지만) 이상이었다. 그 유명한 블루베리 주스도 괜찮았다. 최근 사건 사고가 많았던 보잉사가 아닌 에어버스 기종인 것도 소소하게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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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진입하면서 가이드님을 통해 수집된 정보로는 최근 노르웨이의 경기가 그으닥 좋진 않아 환율이 비싸진 않다는 점, 과거 스웨덴의 식민지였는데 당시 너무 가난하여(뽑아먹을것도없어) 독립을 수월하게 달성(?)했다는 점, 그러다가 잘 알려졌다시피 잭팟보다 더 강력한 석유가 나버리는 바람에 GDP 고공 행진에 세계적으로 부유한 국가가 되어버린 점. 

 

 

 

버스에서 내리니 적절히 흐리고 적당하게 북유럽스러운(?) 도시 느낌이 피어올랐다. 

오마카세가 뭐하는 곳인지 감히 알아보진 않음

 

 

 

왕궁 쪽으로 걸어가는데 저 뒤로 칼 요한스 거리가 예쁜게 멀리서 봐도 알겠어서 살짝 설렜다. 

 

노르웨이 왕궁 · Slottsplassen 1, 0010 Oslo, 노르웨이

★★★★★ ·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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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푸르른 색감이 시선을 확 끌었다가 천천히 놔주었다. 

 

 

 

왕궁은 생각보다 수수하고 심플한 외관을 하고 있었다. 파리 시청 따위의 기절할듯한 화려함 같은 것과 비교하면 수수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말했듯이, 심플한 선과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돌아 나와 칼 요한스 거리에 들어서니 건물도 조경도 조금 더 채도가 올라간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들이 그렇듯, 백화점과 극장 같은 것들이 참 볼만하다. 

 

 

 

오슬로 시청은 뭔가 커다란 현대식 교회 같은 느낌이 났다.

 

오슬로 시청 · Rådhusplassen 1, 0037 Oslo, 노르웨이

★★★★★ ·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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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공사로 반쯤 회색빛 천으로 가려두었는데 그것도 그 나름의 느낌이 있더라. 이곳이 노벨 평화상을 시상하는 곳이라고 한다. 

시청을 중심으로 둥글게 선을 그리며 자리잡은 건물의 1층에는 노천 식당들이 늘어섰는데, 그들이 문을 열었으면 더 멋졌을 것 같다. 

 

 

 

시청 광장을 지나, 

 

Akershus(아케르스후스)라는 요새로 걸어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다 딱 이쯤 돌아보면 예쁘겠다 싶었다

 

 

노르웨이가 바이킹 하면 떠오르는 그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역시 바이킹의 도시에는 요새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아케르스후스 요새 · 0150 Oslo, 노르웨이

★★★★★ ·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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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케르스후스는 13세기에 지어졌다는데, 크고 작은 전쟁은 고사하고 2차대전을 넘어왔음에도 보존 상태가 꽤 좋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뿔달린 투구는 헐리웃에서 만들어낸 바이킹의 이미지라고 한다. (세상 처음 알았음)

투박하면서도 담담한 분위기

 

 

또 갑작스러워서 카메라로는 담지 못했는데, 경찰들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것도 봤다. 새까만 경찰 말이라니 절로 동영상을 찍게 만든다.

그렇지 요새에는 역시 자동차 자전거보단 말이지?

 

 

정상(?)쯤에 이르니 오슬로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버스에 올라 이동하기 전 잠깐.

 

 

버스를 타고 오슬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에 요트가 잔뜩 담궈진 항구를 지났다. 건물들은 현대적이다가도 내가 유럽에 왔다 싶었다. 심플하게 화려한 그런 이상한 느낌. 오슬로는 도시 전반적으로 장식적인 요소가 많지 않지만, 잘 정돈된 외관과 거리가 매력적이다.

 

 

 

 

 

그다음 목적지는 비겔란 조각 공원(Vigeland Park)이다. 

 

The Vigeland Park · Nobels gate 32, 0268 Oslo, 노르웨이

★★★★★ · 조각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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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공원이라고 해서 그닥 기대하지 않았는데, 공원의 조경이 아-주 멋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각도 추상과는 거리가 멀고 하이퍼리얼리즘에 가까웠달까ㅋㅋㅋ

추정컨데 두 아들의 아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길게 자란 나무와 잔디를 넓게 깔아 올려 초록빛 하나로 딴세상 같은 정원을 만든다. 물론 정원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만큼 커다란 크기였다. 

이 숲이 안 끝나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이 비겔란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이었다. 그 표정들이 누가 봐도 행복해서 포스팅에 그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 신랑 신부와 양측 들러리 모두가 흑인이었는데, 코코아 베이지색 정장 맞춰 입고, 커플이 흰색 예복을 입으니 분위기가 어마어마어마했다. 원래 인물 사진 안 찍지만 진짜 이건 못참지..

 

 

 

이렇게 예쁨이 말도 안되는 공간도 있다. 공주님이 드레스 끌면서 뛰쳐나오고, 나는 그녀의 사진을 찍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이제 다음날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노르웨이 시골 탐방에 앞서 미리 북쪽으로 이동했다. 지금 또 살짝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거의 5시간 정도 이동을 했던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호텔로 안가고 바로 이른 오전부터 일정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버스에 제정신인 사람은 버스기사님 밖에 없다고 봐야 했다ㅋㅋㅋ

 

과거 올림픽을 했었다던 릴리함메르 호수를 지나쳐갔다. 미세먼지와 연이 없는 나라답게 하늘이 엄청 깨끗하다.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호수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예전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를 지나며 봤던 호수보다 좀 더 차갑고 한산한 느낌. 아마도 호수의 색깔 때문이려나.

 

 

 

중간에 내린 휴게소는 사람보다 자연에 가까웠다. 호수 너머의 작은 집들이 보이고 하늘과 구름이, 그리고 작게 핀 유채꽃과 흩날리는 민들레씨가 여기가 진짜 자연이라며 끊임없이 속삭이는 기분이었다.

 

1일차 끝

 

 

 

 


B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