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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4개국 | 8일차 후기. 스웨덴, 스톡홀름-바이킹라인 크루즈

러봄* 2024. 7. 23. 21:30

 

스톡홀름


 

 

 

물의 도시라 불리는 스톡홀름에서 8일차. 

 

북유럽 4개국 | 7일차 후기. 덴마크, 코펜하겐

코펜하겐    아침에 비가 좀 오나 은근히 날씨 운을 시험하고 싶어지는 7일차.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코펜하겐을 돌아다니다가 스웨덴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북유럽 4개국 | 6일차 후기. 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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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바로 시작하고 싶지만 호텔이 위치한 옌셰핑에서 3시간을 올라가야 한다. 옌셰핑은 처음 들어보는 도시였는데 지도로 보면 베테른(Vättern)이라는 거대한 호수의 시작점이다.

 

베테른 호 · 스웨덴

★★★★★ ·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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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 호수에 안개가 피어올라 호수와 땅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그 옆으로 기찻길이 호수를 따라 흘렀다(여기가 왜 관광지인지 깨달아버렸다). 너무 규모가 크다 보니 항구처럼 요트 정박장도 있고 아주 바다 같다. 깊이에 따라 물의 색이 달라지는 것도 선명하게 보인다. 정처 없이 드라이브하기에 좋아 보였고, 기꺼이 차창 밖으로 한참 동안 시선을 내어주었다. 이른 아침이라 조금 피곤하긴 해도 스웨덴의 시골 길을 그냥 놓치기엔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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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 다가갈수록 오슬로, 코펜하겐과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강을 끼고 바위 언덕에 아파트 형태로 보이는 집들이 귀엽게 줄지어 있었다. 지형이 대부분 암반이라고 하더니 우린 집을 이렇게 지어!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ㅋㅋㅋ

 

 

 

그렇게 도착한 스톡홀름은 오늘 무려 마라톤이! 있다고 한다. 1년에 하루, 단 하루를 머무는데 마라톤이라니? 하는 생각도 잠시, 마라톤 경로에 따라 일부 도로는 차량을 통제한다는 말에 그냥 행복해 지기로 했다.

패키지 여행 상품에서는 도보로 10분만 걸려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물론 큰 장점이기도 하다) 자의로나 타의로나 도시를 걸을 기회가 잘 없다. 그런 식으로 랜드마크만 찍고 다음 위치로 이동하다 보면 내가 어떤 여행을 했는지 어쨌는지 무감해지기도 한다. 관광지에서의 여유 있는 자유시간도 물론 좋지만, 도시에 내 발로 빨려 들어가 포착하는 그 어떤 순간이 훨씬 매력적일 때가 많다. 그러니 (진짜 너무 어쩔 수 없이) 걸어서 이동해야만 하는 이 상황이 나는 겪을수록 너무 좋았다. 날씨야 당연히(이게 왜 당연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더웠지만 아무렴, 내 다음 자유여행 후보지에 스톡홀름을 추가할지 말지 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차량 통제로 원래 예정된 곳보다 더 먼 곳에서 내려 걸어가니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다. 그 길목에 바로 지금 이 순간 마라톤이 한창이었다. 저기 멀리 북쪽에서 시작한 흐름이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도도도독 사거리로 뛰어들어오는 사람들이 나름 선발대인지,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환호성이 터졌고, 그 열렬한 분위기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그들은 알았을까 고작 6월인데 스웨덴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여해서 이렇게 뜨거운 해를 받으며 달릴 줄이라고는.

 

인도 옆으로는 수국으로 조경이 되어있었고 핑크색, 보라색 등으로 조합된 화분이 예뻤다. 마라톤이라는 이벤트가 가져다줄 생동감과 맑은 날씨, 잠깐 스치는 시선에도 예쁜 도시 정경에 힘입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그 도파민으로 머릿속이 저릿하게 당겼다.  

 

 

 

열기에서 빠져나와 정신없이 시청사로 들어왔다. 

 

스톡홀름 시청 · Hantverkargatan 1, 111 52 Stockholm, 스웨덴

★★★★★ ·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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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안쪽으로 네모나게 입체적인 공간이 펼쳐졌다. 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이 붉은 벽돌에 적절했고, 보수 공사 중인 벽은 그 외벽의 원래 모습을 프린팅한 천으로 덮어 이질적이지 않게 만들어 놨다. 유럽이 이런 건 참 잘한다. 그리고 아치 너머로 호수가 이어지는 것을 잠깐 넘어다봐도 아, 저기다. 오늘 내 카메라를 즐겁게 만들어 줄 그것이 분명했다. 우선은 시청 내부 투어가 준비되어 있어 아쉬움을 뒤로했다. 

 

 

 

 

안쪽으로 들어와서 가방을 맡기고 투어를 시작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블루홀, (오슬로에서 시상하는)평화상을 제외한 노벨상 시상식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글로벌한 행사이다 보니 당연히 거대한 연회장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그 규모는 작은 편이다. 옅은 초록빛을 품은 대리석이 우아하다.

수상자가 걸어 내려오는 계단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아까 봐둔 아치를 넘어가니, 말 그대로 물의 도시가 그곳에 있었다. 시청사가 있는 왕의 섬(Kungsholmen) 반대편으로 첨탑과 색색의 벽을 한 건물들이 넓게 펼쳐졌다.

저 작은 개체를 보라 아주 귀엽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한 작은 광장이 좋은 날씨를 받아 스톡홀름의 그 특징적인 그림을 그려주었다.

 

 

이 시청에서는 짧은 결혼식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웨딩 촬영을 하는 무리도 있었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일상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이겠지만, 동화 같은 이 배경 속의 웨딩드레스라던가, 작은 피로연 같은 것들이 모두 현실과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약간 화보 같기도 하고
청량하고 달달한

 

 

 

 

 

이제 점심 먹으러 식당을 가야 하는데 버스가 못 들어와서:) 왕의 섬을 벗어나 여왕의 길(Drottninggatan) 쪽으로 걸어갔다.

 

좀 더웠지만 하천을 따라 걸으니 정박된 요트가 줄지어 있었다. 요트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고, 역시나 햇살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적당한 밀도로 각자의 활동을 했다.

 

 

자그마한 다리들과 그 근처로 자리한 식당, 카페 등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화창하고도 평화로웠고, 조금 더 여유 있게 산책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그렇게 들어선 여왕의 길은 참 예뻤다.

 

Drottninggatan · 스웨덴 스톡홀름

★★★★★ · 유명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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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톤의 옅은 붉은색 건물들이 이어지고, 그 건물 사이로 빨간 스트링 장식이 늘어섰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도 있다. 여기가 한국으로 치면 가로수길 같은 느낌이란다.

성수기에 사람 한가득일 그 느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순간

점심은 스웨덴 가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 미트볼이었다. 한국에서 먹어본 미트볼과는 약간 성분과 함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좀 달랐고, 일행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박했으나:) 나는 만족했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디 해외여행 가면 우리가 라면을 챙기는 것처럼 미트볼을 챙긴다고 한다(이거 좀 귀엽다).

 

 

 

 

 

시내 건물들은 주상복합으로 된 구조가 많았다. 그리고 날씨가 날씨인지라 헐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렇게 보면 너무 예쁘고 살기도 좋아 보이지만, 날씨의 좋고 나쁨에 따라 이 살기 좋은 정도도 편차가 큰 도시란다. 가이드님이 우리가 가장 살기 좋아 보이는 날에 왔다고 하셨다ㅋㅋㅋ

어휴 여름 느낌

 

 

 

 

 

차량 통제로 인해 열심히 걸어가는 와중, 다리를 건너다 돌아보니 뒤쪽으로 펼쳐진 건물들이 예뻤다.

 

 

 


이번 목적지는 바사 박물관이다. 스톡홀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이 근방이 전통적인 부촌이라고 한다.

 

Vasa Museum · Galärvarvsvägen 14, 115 21 Stockholm, 스웨덴

★★★★★ ·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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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 박물관은 바사 왕조에 만든 군함 바사호를 가져다가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다. 이 배는 띄우자마자..! 처녀 항해에 가라앉았고, 당시에는 기술력이 부족하여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뒤늦게 인양되었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왔더니 낮은 조도에, 이 공간에서 하이라이트는 배만을 위한 것이었다. 전반적으로 너무 어두워서 사진 찍기는 적절하지 않았는데, 이거대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서 눈으로만 즐기기로 했다.

 

이 멋진 배가 가라앉은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고, 설계상의 결함이 가장 유력한 듯하다(그간 사람들이 내놓은 결함의 종류도 너무 많음). 그런데 솔직히 생긴 것부터 문제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ㅋㅋㅋ 대여섯 개의 층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규모인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배의 전반적인 생김새가 매우 얄쌍하고, 높고, 무거워 보이는 장식이 많은 게 흔히 생각하는 안정적인 대형 선박과는 영 거리가 멀다:) 

바사 박물관 외관

 

 

 

그리고 박물관 내부에 멋진 카페가 있다. 테라스로 나가면 Saltsjön 만과 이어지는 전망이 아주 좋았다. 데크가 있어 배를 타는 사람들이 있고, 박물관의 옆쪽 외관이 보였다. 더워도 사진을 좀 찍고 싶어서 테라스를 왔다갔다했는데 서버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면서 장난을 치셨다ㅋㅋㅋ 북유럽 사람들이 막 친절스럽진 않다는 평이 있는데, 사실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바사 박물관 바로 옆으로 Nordiska museet라는 박물관이 위치한다. 사실 외관으로는 바사 박물관보다 고풍스럽고 멋있었다.

마치 바사 박물관인 것처럼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가는데 해가 강하게 내려와 호수가 미친 듯이 반짝거렸다. 편안한 채도의 색감을 가진 건물들과 새하얀 요트, 마라톤으로 생동감 넘치는 거리가 빛을 발했다.

 

 

 

버스에 올라 통제된 도로를 피해 살짝 외곽 쪽으로 빠졌다가 다시 시내로 진입했다. 보트가 정박되어 있고, 만의 라인을 따라 아파트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가는 길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지나가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여기는 뭔가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소방차가 대동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정말 여러 번 말하게 되는데, 호수를 따라 모든 거리의 모든 도시 정경이 참 아름답다. 북쪽의 베네치아라는 위명이 아깝지 않다. 

영원히 가든파티 해야 할 것 같은

 

 

왕의 거리(Kungsgatan)에서 이어지는 분수대 Sergel Fountain은 만남의 광장이고 그 뒤로 NK Stockholm 백화점이 이어지는, 이 거리가 시선이 확 끌릴 만치 멋있다. 오늘은 버스로 지나쳤지만, 이다음이 있다면 꼭 내 발로 걸어가야만 하는 그런 거리다. 

 

Kungsgatan ·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 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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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도시적인 느낌과 북유럽의 무언가가 잘 뒤섞여있다. 아무리 날씨 덕을 봤다지만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도시인 건 맞는 것 같다.

 

 

 

 

 

마지막 목적지는 감라스탄 지구이다.

 

감라스탄 · Södermalm, 스톡홀름 스웨덴

Södermalm, 스톡홀름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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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라스탄은 13세기경 중세시대에 형성된 구시가지로, 스톡홀름의 역사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달큰한 핑크색의 성당이라니

 

 

Stortorget 메인 광장으로 향하는 골목 사이사이가 중세시대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다.  광장 규모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옛 스웨덴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지어진 지 한참은 됐을 건물인데 어쩐지 그래픽으로 작업한 일러스트 같은 느낌이 났다. 

 

 

 

마라톤으로 버스를 통한 이동이 많이 제한되었지만, 그 덕에 왕의 섬, 중앙 섬, 동쪽 섬까지 전반적으로 둘러볼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마라톤의 여파

 

 

 

 

 

이제 핀란드로 이동하기 위해 크루즈를 탑승할 시간이 되었다. 이번 크루즈는 바이킹 라인으로 작은 2인실일 뻔 했지만,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다행히 룸이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나쁘지 않은 컨디션이었다. 2인실을 예약한 사람이 너무 많으면 이렇게 4인실로 업그레이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배는 DFDS보다 새것이라 하고, 식당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층층이 보이는 바 같은 것들이 멋있는 배였다.

폰카주의

 

늦은 저녁식사임에도 석양과 함께하니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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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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