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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4개국 | 9일차 후기. 핀란드, 헬싱키

러봄* 2024. 8. 12. 00:14

 

헬싱키


 

 

 

가진 적 없는 우주선의 내 방 같은 크루즈 룸이 이제 좀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하선 시간보다 30분 정도 미리 게이트 쪽에 나가 있으면, 크루즈에서 스치면서 봤던 한국인은 다 거기 있다:)

 

북유럽 4개국의 마지막 나라, 핀란드에서 9일차. 어제 하루를 늦게 마무리하고 또다시 새로운 나라의 땅을 밟는다. 여행의 마지막이 이렇게나 가까워지니 아쉬움이 일었다. 보통 여행의 반 정도가 지나면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는 느낌에 아쉬움이 드는데, 이번 여정은 반이 지나도 영원히 노르웨이였어서ㅋㅋㅋㅋ 다섯째날을 지나면서도 반이네 어쩌네 하는 느낌이 덜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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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려니 비가 진짜 폭탄처럼 팡팡 터지듯 쏟아졌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해가 나기 시작했다. 투르크라는 지역에서 헬싱키로 향하는 시골길, 일단 핀란드는 나무가 많다. 조금만 둘러보면 첫 느낌에 확 온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정-말 많다.

 

가이드님이 핀란드를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가장 유명한 자일리톨 같은 경우, 현지인들은 사탕 같은 형태로 많이 섭취한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는 다르게 핀란드 사람들은 북게르만인이 아니라 핀인, 핀족으로 분류(?)되는데, 그들이 어쩌다 핀란드 땅에 정착하여 살게 된 것인지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언어학적으로는 백인보다 황인에 가깝게 여겨지기도 하고, 타 노르딕 국가들이 과거에 핀란드 사람을 자신들과 다른 존재로 여겼다고도 한다. 약간 신비롭고 재밌으려는데 충격적이게도 무민은 귀여운 하마가 아니라(어째서?) 호수에 사는 요정(트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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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주유소 겸 마트에 잠시 내려서 재밌는 걸 봤다. 

사용하기 좋게 잘 썰려있다

왜 마트에서 장작을 팔아요..? 당시 모든 일행이 이 주위에 모여 웅성웅성했다ㅋㅋㅋㅋㅋㅋ 계절감이 다소 떨어지는 내용물에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아마도 가정용 사우나 같은 것에 사용할 목적이지 않을까 하면서. 

 

 

 

 

 

첫번째 목적지로 핀란드 국립공원이라는 눅시오 공원에 도착했다. 

 

눅시오 국립공원 · Nuuksiontie 84, 02820 Espoo, 핀란드

★★★★★ ·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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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쳤나 싶더니 조금씩 내린다. 이곳이 유일하게 우산을 제대로 사용한 여행지였다. 그래도 무지성 쏟아지는 건 아니어서, 우산 들고 카메라 들고 비가 주는 눌린 색감을 적당히 즐길 만치는 되었던 것 같다. 

haltia exterior
이게 평화지

 

공원 입구로 걸어가는 도중, 상의를 벗은 채 스케이트와 스키 사이 어딘가를 탄 사람이 빠르게 지나쳐가서 깜짝 놀랐다. 처음엔 한 명이 그러고 있어서 와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무리 지어 꽤 다니더라. 일행들의 얼굴 위로 물음표가 뒤덮이자 눈이 없는 땅에서도 타는 여름 스키 같은 스포츠의 일종이라고 가이드님이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들에게 오늘은 굉장한 여름 날씨란다(못 참고 뛰쳐나왔다는 뜻).

 

본격적으로 진입해보니 핀란드어로 새겨진 나무 표지판이 있고, 전봇대가 길을 따라 같이 걷는다. 한국의 산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길고 곧게 솟은 나무들을 지나쳤다. 한국인 기준 아주 마일드한 산행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눅시오 국립공원 01
영어 따윈 허락치 않음
눅시오 국립공원 02
눅시오 국립공원 03

 

 

 

 

부슬비가 어느 정도 그치면, 저 멀리 호수가 보인다.

눅시오 국립공원 04

 

생각보다는 크으으게 별건 없지만(딱 이때쯤 지리산이 더 멋지다는 일행들의 2차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다ㅋㅋㅋ), 자연의 모습을 방해 없이 잘 간직한 그것대로의 멋이 있었다. 눅시오 공원은 트래킹 코스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가 이용한 건 1시간 정도 되는 짧은 코스였다. 

눅시오 국립공원 05
눅시오 국립공원 06
대충 무민이 산다고 하면 믿어야 할 것 같은

 

 

왔던 길을 돌아 내려오니 비가 완전히 그쳐서 해가 강하게 들고, 저 멀리 도로 옆으로 물기를 뒤집어쓰고 푸르게 빛나는 나무와 새하얗게 번지는 구름이 참 예뻤다. 날씨가 주는 극적인 순간에 카메라는 이 감동을 제대로 담아내진 못했지만, 적어도 그날의 기억을 섬세하게 끄집어내 줄 수는 있다. 

눅시오 국립공원 07
실제로 보면 훨씬 더 깊이감이 있다
눅시오 국립공원 08
자연은 푸르르고 인간은 빨갛고 노랗고

 

 

 

 

 

본격적으로 헬싱키의 중심부에 진입하기에 앞서, 시간이 남아 예정에 없던 헬싱키 올림픽 경기장을 잠깐 들렀다. 이때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올해 파리 올림픽이 있어서 현지 가이드님이 소개해주신 것 같다. 

 

헬싱키 올림픽 스타디움 · Paavo Nurmen tie 1, 00250 Helsinki, 핀란드

★★★★☆ ·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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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올림픽 경기장
군더더기 없고 깔꼼하다

 

그 근처는 약간 단조로운듯하면서도 꽃이 잔뜩 피었고, 축구 연습장이 있어 애기들이 축구도 하고, 산책하는 커다란 댕댕이들도 있고, 아주 평화로웠다. 일행 중 한 분이 개를 너무 예뻐하니 선뜻 만져봐도 된다고 하는 걸 보면, 불친절하고 어쩌고 해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도시는 전반적으로 트램이 잘되어 있었고, 그 거리 느낌이 약간 러시아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헬싱키 거리 01
헬싱키 거리 02

 

 

 

 

 

이제 본격적으로 시내를 돌아다녔다. 시벨리우스 공원 내부는 당시 보수 공사 중이어서 깊게 못 들어갔는데, 그래도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시벨리우스 조각에는 접근할 수 있었다.

 

시벨리우스공원 · Mechelininkatu 39, 00260 Helsinki, 핀란드

★★★★☆ ·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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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을 형상화한 모양에 차가운 메탈 소재로 되어있었다.

시벨리우스 공원 01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설치 미술이 주는 키치함은 분명히 살아있다.

시벨리우스 공원 02
목적: 시벨리우스 작곡가를 기념함.

 

작자가 바라는 대로 만져지고, 관람객은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녀의 의도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름 편안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시벨리우스의 흉상도 있고, 사실 이 작품이 더 재미있다. 그의 미간에는 기념비적인 주름이 거하게 가 있고 표정은 확실히 누가 봐도 화가 나 있는데,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 표정이 대충 그렇다고 한다. 춥고 해가 잘 안 드는 곳에 살면 보통 다 그렇게 된다고.

 

일행 중 한 분이 폰 후면 카메라를 하늘로 두고 사진을 찍는 게 좋아 보여서 오 좋은 생각이네요! 하고 따라 찍었다.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폰카주의

 

 

 

시벨리우스 공원 옆쪽으로는 바다가 있고, 아주 오래된 카페가 위치한다.

 

Cafe Regatta · Merikannontie 8, 00260 Helsinki, 핀란드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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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똑 떨어진 녹색 지붕의 붉은 나무로 만들어진 이 카페는 바다를 빙 둘러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땡볕에는 역시 외국인들이 한 자리씩 차지했다.

시벨리우스 공원 03
시벨리우스 공원 04

 

 

그리고 대체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장작으로 불을 피우더라. 진짜 대체 왜..? 아까 마트에서 봤던 장작을 이런 곳에 쓰는구나 싶었다ㅋㅋㅋ

시벨리우스 공원 05
하지만 낭만은 넉넉하다

 

그렇게 비가 왔던 시간이 무색하게 맑고 청량하고도 더운 오후가 시작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암석 교회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템플리아우키오 교회는 설명으로 봤을 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작품 그 자체였다.

 

Temppeliaukio Church · Lutherinkatu 3, 00100 Helsinki, 핀란드

★★★★☆ · 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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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사진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템플리아우키오암석 교회 01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킨 흔적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그런 브루털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고, 바위의 유려한 선을 따라 부드러이 흐르는 나무 빗살과 그 사이로 드리우는 햇빛이 눈에 보이는 선율 같았다.

템플리아우키오암석 교회 02
템플리아우키오암석 교회 03

 

의자는 꽤나 엄할 법한 마젠타색이었지만, 교단을 중심으로 넓게 퍼지는 배치와 우드톤과의 조화가 모든 것을 그냥 다 그러하게 만들었다.

템플리아우키오암석 교회 04
신앙심 없어도 경건할 수 있다

끊임없이 관광객이 드나들어도, 여기 언제까지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템플리아우키오암석 교회 05
너무나도 귀여운 입구

 

 

 

헬싱키 구도심 안쪽으로 진입하니 백화점이나 건물들의 색이나 외양이 확연히 팬시해졌다. 달큰한 색이 늘고 지붕의 첨탑 장식이 뾰족해진다. 거리를 가로지르는 녹지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다.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와 우즈펜스키 성당에서 내렸다. 

 

우스펜스키 대성당 · Pormestarinrinne 1, 00160 Helsinki, 핀란드

★★★★★ ·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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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이 말해주듯,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데 주변 거리까지 그런 느낌이다. 붉은 벽돌로 컴팩트하면서 딱 화려하게 지어진 이 성당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연장선에 놓인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우스펜스키 대성당 01
우스펜스키 대성당 02

 

성당 내부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행사가 있었다. 원래는 문을 닫는 시간이지만, 진행 중인 행사가 있어서 운이 좋게도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은 불가였다:) 

우스펜스키 대성당 03

 

 

또 이 교회가 나름 높이 위치해있다 보니, 항구 쪽이 잘 내려다보였다.

우스펜스키 대성당 04
우스펜스키 대성당 05
이게 청량이지
우스펜스키 대성당 06
내려가는 길마저 예쁘다

 

 

 

버스로 가는 길에 바다와 하늘로 가는 계단 형태로 만들어진 노란색 식당을 만났다. 실제로 보면 약간 느낌 있는 핫플같다.

헬싱키 시내 01

 

 

그리고 대관람차도 지나쳤는데, 그것들 중 색깔이 다른 두 칸은 사우나라고 한다ㅋㅋㅋ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우나로 빠니보틀님의 유튜브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고 가이드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새삼 세상이 달라지니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다양한 콘텐츠가 레퍼런스로 언급이 된다. 

 

스카이휠 헬싱키 · Katajanokanlaituri 2, 00160 Helsinki, 핀란드

★★★★☆ · 대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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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휠 헬싱키
사우나에 진심인 나라

 

 

 

이제 그 유명한 헬싱키 대성당에 도착했다.

 

헬싱키 대성당 · Unioninkatu 29, 00170 Helsinki, 핀란드

★★★★★ · 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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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따듯한 백색 벽에 민트색 뚜껑을 얹은 예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만들어진 19세기 건축물인데, 후루룩 둘러봐도 그리스 로마 건축 양식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헬싱키 대성당 01
나무로 만든 프레임과 아주 잘어울린다

 

포스트와 삼각형의 팀파눔(tympanum), 돔과 조각 장식, 그리고 십자가. 심플한 배색이 우아하면서도 그 집합체가 강렬하다. 핀란드의 느낌을 종합적으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가장 큰 돔은 보수공사로 메탈로 된 동그란 구조물을 입고 있는데, 그게 나름 느낌 있고 썩 나쁘지 않았다. 이럴 땐 아쉬워 말고 다음에 또 오면 되지! 하면 된다. 

헬싱키 대성당 02

 

헬싱키 대성당 앞으로 원로원 광장(Senate square)이 펼쳐진다. 딥하지 않은 채도로 인해 대성당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광장과 마켓스퀘어 사이로 트램이 지나가는 모습이 꽤 매력 있다. 마켓스퀘어로 빠지면서 뒤를 돌아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헬싱키 대성당 03
헬싱키 대성당 04

 

 

 

헬싱키 대성당 앞쪽으로 조성된 이 마켓 스퀘어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오렌지빛 천막들이 꽤 매력 있다.

 

Helsinki Market Square · Eteläranta, 00170 Helsinki, 핀란드

★★★★☆ ·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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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가게에서 누텔라 바나나 크레페를 먹었는데 아아아아아주 달고 맛있었다. 아이스는 없었지만 커피도 나쁘지 않았다. 시장에서 과일을 사려고 둘러보니 터키에서 온 아저씨가 짧은 한국어를 구사하며 열심히 영업하셨다ㅋㅋㅋ 안타깝게도 체리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당도가 그렇게 떨어지진 않아서 호텔로 돌아가 맥주 안주로 삼았다. 

 

시장 근처로 항구 주변을 장식하는 건물과 저 멀리 다시 보이는 우즈펜스키 성당이 도시의 다양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헬싱키 마켓 스퀘어 01
헬싱키 마켓 스퀘어 02
헬싱키 마켓 스퀘어 03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유럽의 모든 열차가 다 들어온다는 Helsingin päärautatieasema 기차역과 그 광장 주변을 걸었다. 여행의 막바지라 그런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길목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다

 

 

 

9일차 리뷰 끝.

 

 

 

 


B컷

 

 

 

헬싱키 거리
우즈펜스키 성당
헬싱키 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