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아침에 비가 좀 오나 은근히 날씨 운을 시험하고 싶어지는 7일차.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코펜하겐을 돌아다니다가 스웨덴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첫 일정은 코펜하겐의 시청에서 시작한다.
코펜하겐 시청사는 단단하고 솔리드한 성채 같은 느낌이 나는데, 약간 과거 전쟁에 동원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처럼 생겼다. 첨탑과 붉은 벽돌이 웅장하고, 지어진 지는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 옆으로 같은 색과 느낌을 가진 호텔이 옆으로 자리했다.
이제부터 코펜하겐 시내에서 3시간 좀 넘게 자유시간이다. 나라마다 전통적인 관광지 같은 명동이나, 비교적 최근 주목받는 가로수길 같은 거리가 꼭 하나씩 있기 마련. 패키지 속 자유 시간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제는 잠깐 훑었던 스트뢰에(Strøget) 거리부터 콩겐스 광장(Kongens Nytorv)까지 걸어가 본다.
여행지에서 있으면 아묻따 무조건 가보는 flying tiger에 들렀다. 역시나 귀여운 소품들이 가득하다. 야생 블루베리가 많이 나는 북유럽에 왔으니, 블루베리 모양을 한 무언가 하나 사고 싶었지만 마땅한 게 없어 아쉬웠다:)
계속해서 옷, 신발, 기념품샵 등 다양한 것들을 파는 상점들의 연속이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발길 닿는 대로 여러 스토어를 방문했다.
당황스러울 만큼 오리를 잔뜩 팔기도 하고,
캔버스백에 다양한 문구를 프린팅해서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다음으로 BR이라는 장난감 스토어에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가 레고를 구경하다가, 상어사람(?) 피규어에 홀린 듯이 하나 사서 나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상어사람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는 것 같은데. 아무튼 뒤집어쓴 상어 거죽은 말랑한 실리콘 재질이고, 배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두 발에서 빛도 나온다..! DFDS 크루즈의 면세점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덴마크 환율이 좋지 않아서 저렴하진 않다.
이 장난감 가게에서 조금 더 가면 진짜 레고 스토어도 나오는데, 무려 웨이팅이 있었다. 일렬로 선 유모차 행렬과 안내 사항을 설명하는 직원의 모습이 뭔가 평화로웠다.
도시의 거리를 걸으면 응당 기대하는 대로, 중간중간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들이 있다. 이렇게 벽이 만들어주는 프레임은 언제나 옳다.
콩겐스 광장으로 가까워질수록 디자이너 브랜드의 자기주장 강한 쇼윈도가 한 자리씩 하고 있다.
콩겐스 광장은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규모가 굉장히 크다.
왕의 광장이라는 뜻을 가진 이 광장은 기마상을 중심으로 잔디와 가로수가 있고, 마차길 같은 블럭이 넓게 깔려있다.
이 주변부로는 화려한 외관을 가진 백화점들이 각자만의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돈이 돈을 부르는 게 아니겠는가.
다른 한쪽에는 클래식한 덴마크 왕립 극장이 거대한 돔을 자랑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Kultorvet 광장 쪽으로 향했다. 그 길목은 미니 니하운 같았다. 니하운보다 작지만, 사진 찍기에는 좀 더 충분한 그런 느낌. 어지럽게 얽힌 신호등과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 수 없는 횡단보도 너머로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조화롭게 늘어섰다.
내가 한국사람이어서 그런지 스웨덴에도 호랑이가 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 찍은 사진.
Kultorvet 광장에 도착했다.
식당과 노천카페가 하루를 시작하면서 조명과 장식이 제값을 했다. 광장에 초입에만 들어서도 예쁜 공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안쪽에는 주황색 지붕을 한 건물들에 둘러싸인 분수대가 있다. 크진 않아도 객들의 분위기가 활기찼다.
또 꽃과 나무를 파는 원예 스토어가 파릇하게 색을 잡아준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Kompagnistræde 거리 쪽으로 내려오니, Strøget 거리와는 다르게 소규모의 소품샵이나 공방 같은 느낌이 나는 상점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규모는 작아도 충분하게 신경 쓴 외관과 쇼윈도 너머로 저마다의 작고 예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을 지나 다음 골목으로 가는 길에 통로(passage)로 된 멋진 공간이 숨어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Jorcks Passage라는 곳이었다.
유리 조각을 이어붙인 천장과 그 천장까지 닿을 듯이 나무가 자리하고, 그 옆으로 장난감과 모빌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가게 앞에 놓인 유아용 자전거가 귀여웠다:)
이전 여행에서도 이런 높은 층고와 유리 천장이 주는 느낌이 별것 아닌 듯 별것처럼 좋았는데 다시 만나니 즐거웠다.
이제 코펜하겐을 벗어나, 스웨덴으로 넘어간다. 배 타고 15분만 멍때리면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뚝딱 갈 수 있다. 바다를 끼고 있음에도, 배를 타는 것 자체가 약간 웃길 정도로 가깝다. 국경을 넘지만 여권 검사 그딴건 없다(대충 덴마크를 어떻게든 들어왔으면 스웨덴은 프리패스).
배가 막 출발하면, 헴릿성으로 알려진 하는 크론보르 성(Kronborg Castle)이 보인다.
바다와 이렇게나 가까운 성이라니 새삼 굉장히 바이킹스러웠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이 멋진 성을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했을 뿐, 직접 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음모론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싶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가이드님으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스웨덴이 나름 제조업의 나라이고(물론 그 비중이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상속세가 없는 훌륭한 곳이며, 스칸디나비아 산맥의 축복을 투머치로 받아버린 산부자 노르웨이랑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지가 많다고 한다. 노르웨이는 석유라도 안 났으면 정말 억울할 뻔 했다.
잘 펼쳐진 초원에 따듯한 빛을 한 하늘과 그림 같은 구름 밑으로 주황색 지붕을 한 집이 있고, 붉은 나무 벽을 한 목장에 말이 풀을 먹는 목가적인 풍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스웨덴 시골 길을 달리다보니 확실히 자작나무가 많다. 나무들의 톤이 일정하고 가지와 기둥도 차분한 톤이라 보정할때 불편하진 않을 것 같다.
딱 이때 미친건지 맑고 파란 하늘에 자꾸 비가 오락가락했다ㅋㅋㅋ 버스로 장시간 이동할 때만 비가 와서 다행이었다.
중간에 들린 휴게소에서 엄청난 빈티지한 비틀을 봤다. 1세대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이건 정말 디자인부터 색깔까지 시선이 안 갈 수가 없었다.
한적하고 시골스런 동네의 휴게소이다 보니 대충 어떻게 찍어도 대자연의 어디쯤이다.
몸통을 잃어버린 head-only 트럭도 봤다.
7일차 리뷰 끝.
B컷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유럽 4개국 | 9일차 후기. 핀란드, 헬싱키 (2) | 2024.08.12 |
---|---|
북유럽 4개국 | 8일차 후기. 스웨덴, 스톡홀름-바이킹라인 크루즈 (7) | 2024.07.23 |
북유럽 4개국 | 6일차 후기. 덴마크, 코펜하겐 (4) | 2024.07.15 |
북유럽 4개국 | 5일차 후기. 노르웨이, 드로박-오슬로-DFDS 크루즈 (0) | 2024.07.10 |
북유럽 4개국 | 4일차 후기. 노르웨이, 플롬-보링포센 (0)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