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박-오슬로-DFDS SEAWAYS 크루즈
10일 일정에 노르웨이가 5일을 차지하니 북유럽에서 메인 코스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은 그런 노르웨이 일정의 5일차, 마지막 날이 되겠다.
지난밤을 보낸 호텔은 고도가 꽤 높은 산에 지어진 산장 호텔이었다. 새벽에는 비가 좀 왔는데 아침이 되니 해가 났다. 산장 호텔 답게 빡빡한 밀도로 펼쳐진 나무가 인상적이었고 저 멀리 호수가 보였다. 원래 이맘때쯤 눈이 좀 있어야 한다는데 이미 꽤 녹은 편이라 초록초록한 무드가 아주 강했다.
노르웨이는 소를 방목해서 기른다더니 이동 중 도로 옆으로 심심찮게 말이나 소를 볼 수 있다. 한국은 산을 지나간다고 소를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어서 그 모습이 퍽 신기했다. 또 한가지 가이드님을 통해 북극과 남극 탐험가로 유명한 아문센이 노르웨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탐험, 개척 정신이 바이킹스러움에서 나왔구나 싶었다.
오늘의 첫 목적지인 드로박으로 향하면서 오슬로 외곽을 지나는데 대번에 건물 양식과 색감이 화려해지고 현대적인 건축, 시설물들이 확 늘었다. 터널 내부도 어쩐지 더 밝은 느낌. 깡시골에 4일이나 넘게 있었더니 간만에 보는 현대식 건물들이 어색했다ㅋㅋㅋ
산타 우체국으로 알려진 드로박(드로바크/드뢰바크, Drobak)은 산타 마을 어쩌고 라기보단 작은 항구 마을에 가까웠다. 물론 시기가 시기이고, 날씨는 때 이른 한여름인 만큼 산타나 크리스마스의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던 탓에 조용했는데, 그 풍경마저 차분하고 따듯한 톤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타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핀란드의 산타 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Rovaniemi)보다 이 드로박의 산타 우체국이 먼저 지어졌다.
누가누가 진짜 산타의 그것이냐 갑론을박이 있었다는데, 원래 좀 춥다 싶은 나라들은 산타 주거지가 자기 나라에 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것이 돈이 될테니까ㅎ 그리고 또 알게 된 사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수염 기르고 뚱뚱한 산타 할아버지 또한 헐리웃에서(진짜 대체 어디까지 세상을 왜곡할 셈이야) 만들어낸 이미지라고 한다.
우체국 안쪽에 들어가 보면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보다도, 다양한 크리스마스 관련 소품을 팔고 있어서 구경할 만하다. 이 안쪽만은 정말 크리스마스 같더라. 비수기를 피하고 성수기 아주 가깝게 북유럽을 온 주제에 겨울 느낌을 조금(많이) 기대했던 내가 유일하게 차가움을 느낀 따듯한 공간이다.
그리고 이 마을의 진짜 매력은 항구에 있다. 항구로 내려가는 길목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평화로운 아웃테리어를 자랑했다. 나는 이곳에서 지중해를 보았다.
하나밖에 없는 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오면, 길게 이어지는 피어가 좋은 날씨를 받아 청량한 색을 내는 것.
사진으로는 적당-히 시원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저 진득한 색감은 뜨거운 해에서 온다. 북유럽 국가는 극지방과 가까워 자외선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맑고 뜨거운 날은 썬크림과 모자가 필수다.
이제 노르웨이 한 바퀴를 다 돌았으니, 다시 원점인 오슬로로 향한다. 지난번에는 조금 흐릿하게 시작했다면, 오늘은 시작부터 맑다. 약간 과할 정도로.
이번이 고작 두번째 방문이지만 오슬로의 톤이 뭔지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첫날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시청사 바깥쪽의 식당, 상점들이 문을 열어 더 예뻤다.
조금 긴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시청사에서 빠져나와 칼 요한스 거리를 걸었다. 지난번에도 봤던 극장 옆으로 꽃이 무더기로 가꿔진 정원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메인 거리서부터 백화점과 카페와 호텔, 레스토랑을 지났다.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나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가장 궁금했던 국회의사당. 좀 예쁜데? 싶어서 자유 시간을 위해 봐둔 곳이었다.
역시 관공서는 예쁘고 볼 일이다.
약간 레몬빛이 도는 벽돌에 대칭을 이루고 있고, 아치형 창 안쪽에서부터 조명이 비친다. 벽을 이루는 선과 장식적인 요소가 번잡스럽지 않고 적절히 우아한 그런 느낌. 그 앞 광장에는 형광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아마 행사 중인 것 같은 모습이다.
이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모든 건물이 얽혀 멋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상업 건물과 오래된 랜드마크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왜 중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제 노르웨이를 떠나,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향하는 크루즈를 타기 위해 항구로 간다.
노르웨이 여행 내내 하루에 한 두 번 꼴로 크루즈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탈 DFDS의 crown seaways는 그들보다 이동수단에 최적화된 아담한 사이즈였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크루즈는 크루즈였다. 쇼핑몰을 물에 띄워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나름 나라를 넘나드는 국제선이지만, 티켓만 간단히 스캔하고 들어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서 룸으로 이동할 때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티켓은 원래 2인 1실이지만 다행히도 4인실을 받아서 좁지 않게 쓸 수 있었다.
저녁 식사 전 배의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7층으로 갔다. 앞서 언급했듯 국제선이기 때문에 면세점도 있다. 의류, 술, 초콜릿 등을 팔고 있고, 사고 싶었던 레고는 유로와 덴마크 크로네가 너무 비싸 한국에서 사느니만 못했다. 창가에 자리를 놓은 카페에서 바깥 바다를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갔다.
뭔가 성 같은 게 옆으로 지나가서 구글맵으로 위치를 찍어보니 무슨 요새라고 한다:) 배가 아직 노르웨이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여서 이것저것 구경하기 좋았다. 오전에 방문했던 드로박도 지나쳐갔다.
8층과 9층에는 바다가 보이는 바(bar)가 있고, 9층으로는 갑판으로 나갈 수 있었다. 배의 실내에서는 속도를 체감하기 어려웠는데 갑판으로 나오니까 꽤 빠르기도 하고, 들고 있는 폰이 날아갈 수 있을 만큼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뒤쪽으로는 배가 그리는 궤적이 파도에 새겨지고, 언덕과 집들이 놓여있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막 출발할 때 나와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하러 7seas라는 식당으로 가서 앉았는데, 창문 밖으로 배가 전진하는 모양이 보였다. 기대를 안하긴 했지만 뷔페식이었는데 생각보다 먹을만한 게 많이 없었다. 전반적인 모양새는 그래도 잘 갖춰져 있었다.
룸에 들어가기 전에 바에 들러 칵테일 한잔을 주문했다. 창가 자리에 앉을까 하다가 7시가 넘은 시간에도 해가 한낮처럼 강해서 바 안쪽으로 들어와 앉았다. 바는 적당히 술을 마실만한 곳도 있고 쇼를 하는 곳도 있는데, 이 바는 적당히 술 마실 만한 Navigator's bar라고 한다.
흔히 보이는 마티니 같은 것보다 새로운 게 끌려서 Northern light라는 칵테일을 주문했다. 사과와 라임 주스 사이 어딘가와 알코올이 섞인 맛이 났는데 거품도 그렇고 맛있었다. 한국에서 마셨으면 꽤 단술에 속했을 것 같은데, 술에 진심인 게르만 사람들답게 알코올이 강하게 느껴졌다ㅋㅋㅋ
저녁 시간인데 한낮처럼 밝아서 확실히 어색하긴 했지만, 바의 짙은 브라운 톤의 나무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렇게 노르웨이를 벗어난다. 이제 내리면 덴마크 땅을 밟게 될 것이다.
5일차 리뷰 끝.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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