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랑에르-송네 피오르
노르웨이 시골 라이프가 한창 즐거울 3일차 시작한다.
버스에 캐리어를 실을 때만 해도 날씨가 흐릴 줄 알았더니 어림없지 해가 나고 또 푸릇해졌다. 산을 낀 호수는 예쁘고, 고도 높은 눈산이 멀리 보인다. 초원에 간간히 박힌 별장 같은 집들이 붉은색을 하고 있다. 흰색의 뾰족한 지붕을 가진, 아마도 교회인듯한 건물이 언덕 높이 자리하는데 그 풍경이 좀 많이 비현실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노르웨이에서 아주 즐거웠던 경험 중 하나는 버스에 탄 채로 탑승하는 페리였다. 노르웨이는 강(혹은 피오르)을 건너는 통행량이 많다 싶으면 다리를 건설하고, 그 정도는 아닌데? 하면 페리를 두고 이동수단 채로 날라다 준다. 아주 재미있는 시스템이고, 평소에 찍기 어려운 구도가 많이 나왔다.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도로가 뚝 끊겨있는 것도, 얌전히 배에 타서 기다리는 자동차들도 말이다.
우리 버스 앞쪽으로 오토바이 서너대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광경에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가서 사진부터 찍었다. 일행 중 나 말고도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아저씨들이 계셨는데 나 포함 3명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양껏 찍고 나니 이 순간 카메라맨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차창으로 폰으로밖에 못 찍었던 바다와 산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노르웨이는 산악지대가 짱짱한 만큼 정말 터널이 많은데, 그 산을 이루는 돌이 단단해서 한국에 있는 터널처럼 시멘트로 마감을 안쳐도 괜찮다고 한다. (물론 기술적으로 괜찮은 것과 내가 무서운 건 다른 문제이긴 하다) 터널을 건설하는 기술이 뛰어나 터널 안쪽에 로터리도 있고(?) 아주 난리다.
지나가다가 수력발전소를 봤는데 정-말 멋있었다.
잠깐 호숫가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널찍한 호수 뒤쪽으로 눈 모자를 쓴 산과 예쁜 색을 가진 작은 마을이 넘어다 보인다. 트인 전망 뒤로 산이 있는 게 참 예쁘다.
10일 일정 중 8일을 함께한 버스 기사, 바이더스 아저씨는 낚시가 취미라고 하신다. 30분 정도 되는 자유시간에 그도 여유롭게 낚싯대를 던졌다:) 호수가 살짝 초록빛을 띄는 게 매력적이었다.
오늘 방문할 피오르는 게이랑에르. 한국에서는 송네 피오르가 더 유명하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둘 다 지나가게 될 것이고, 어디에서 배를 타고 자세히 구경하느냐의 차이였다.
이 피오르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잠시 내렸다.
이 전망대가 특별했던 것은 피오르의 시작점에 크루즈가 정박해있고,
그 수많은 자연 폭포 가운데 인공 폭포가 있다.
이게 엄청나게 매력적인 아이러니였다.
유리 절벽 아래로 물줄기가 빠르게 부서졌다.
이 인공 폭포 위편으로 진짜 자연 폭포가 쏟아지는 것까지 완벽한 플로우였다.
그렇게 다시 이동하는데 도로에 염소떼(?)가 출몰했다. 야생인지 방목인지 모르겠는데, 야생인가? 싶었던 건 사람 하나 없이 염소들끼리(이게 맞아?)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를 타러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에 올라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크루즈에서 내린 긴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배는 적당한 크기였고, 매점에서 처음 보는 초콜릿을 샀는데, 프레야(Freia)라는 브랜드로 노르웨이 초콜릿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번 사봤는데 넘모 내 취향이었다. 노르웨이 여행 내내 보이면 샀다:)
배가 출발하고 내부가 어째 한산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광합성을 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린)외국인들은 모두 갑판에 나가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둘러보니 역시 약탈의 성지(?)인 피오르 클래스..어디 안 간다. 해를 받아 미친 듯이 반짝이는 눈과 하얀 거품처럼 부서지는 폭포의 향연이었다. 빙하가 깎은 협곡은 저마다 깎아지른 모양이 다르고, 저마다의 빛으로 다른 색을 내었다. 햇빛이 강해지면 좀 더웠지만 견딜만했다.
겨우내 내렸던 눈이 녹아 한참 쏟아질 시기(는 아니지만 이상 기온으로 그 시기와 다름없는 시기)였다. 1시간이 넘는 나름 긴 항해였는데 폭포를 보며 탄성을 지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피오르 탐방을 마치고, 스트린(stry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낮은 건물이 늘어선 거리 뒤쪽으로 산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이 귀여웠다.
빙하를 보러 이동하는 중에 신호등도 없는데 갑자기 버스가 멈춰 섰다. 충격적이게도 도로 공사한다고 25분을 기다리란다. 도로가 폐쇄됐으니 돌아가라고 하는 건 봤어도 30분 가까이 기다리라고 하는 건 처음 봐서 황당했다ㅋㅋㅋㅋ 하긴 염소도 버스를 세우는데 사람이라고 못세우겠나ㅎㅎ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빙하 스팟. 참고로 물 위에 떠다니는 빙하는 아이슬란드나 가야 있다고 한다:)
산머리쪽에 자리한 푸르스름한 색이 나는 빙하, 한철 내리고 지는 눈과는 다르다고 말해준다. 산의 맨 위층에 빙하가, 그 밑으로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더 밑으로는 눈과 나무가 자리한다. 산과 눈, 그리고 빙하가 만드는 절경은 마치 층마다 다른 맛을 내는 디저트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빙하 박물관이다.
여행할 때 그림이 있는 미술관 말고 박물관 견학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박물관, 조형미가 엄청나다.
기하학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아마 무언가 형상화한 것이겠지.
규모는 크지 않은데, 이 멋진 외관과 통유리가 인상적인 카페로 이어지는 내부 공간에 카메라를 든 손이 신날 수밖에 없었달까.
시간이 많았다면 이 카페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것 같다.
송네 피오르를 가로질러 호텔로 가는데 세상마상 돌고래를 봤다ㅋㅋㅋㅋ 예상도 못 한 일이라 다른 일행들도 굉장히 놀랐다. 야생 돌고래가 유니콘이 아니고 진짜 존재한다는 걸 직접 확인하는 날이 오다니. 너무 놀라서 폰으로도 찍지 못한 게 지금도 한이다.
3일차 리뷰 끝.
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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